call ME SENORITA! (0)

2020. 10. 11. 02:54리퀘

케이크버스기반..테오범무에요,ㅋ

 

어디 들어보니, 그대의 타고난 본성 때문에 나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내가 태생에 타고난 성향은 꽤나 희귀하다고 하던데, 이리 가버리면 꽤 아쉽지 않을 것 같으냐?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아. 살아생전 이런 달콤한 향을 두 번이나 맡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 그대는 더욱 나를 잡으려고 발버둥쳐야 정상 아니겠느냐.

 

그래, 그렇게 해야지, 이리 와. 

**

 

테오는 계속된 두통에 얼굴을 찌푸렸다. 두통은 마치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달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독하게 그를 놓지 않고 괴롭히던 것들 중 하나였다. 막 경기를 마치고 온 후라 두통은 거센 파도마냥 그의 뇌리를 덮쳤다. 마치 끊이지 않는 인생은 그에게 있어서 부재한다면 무의미하고, 실재한다면 지독한 두통과 상실한 인간성의 예시를 그대로 보여주는 한 편의 파노라마와 같았다. 어머니는 언제 그런 말을 해주었다. 테오는 아주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테오라는 이름은 그 혼자만이 가졌으나, 포크라는 이름은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그런 아리송한 말을 해주시고는 그 후로는 그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주석을 달듯이 조용히 포크는, 케이크와 합이 아주 잘 맞지, 라고 속삭이셨다. 도대체 포크가 뭐야? 어린 테오는 주머니에 못이 굴러다니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작은 동네의 도서관에 하루종일 틀어박혀 어머니가 아주 조그맣게, 귀에다가 속삭이듯이 말한 '포크'라는 이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이가 없었으니까. 테오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는데, 그런 근본도 없는 공유되는 칭호가 자신에게 붙여지는 연유를 알 도리가 없었기에 더욱 의구심을 불타올라 급기야 친하게 지내던 도서관의 사서에게 물어보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고 테오에게 호되게 혼을 냈다. 그런 이름은 우리의 비밀 놀이와도 같다고, 남에게 함부로 발설하는 건 큰 죄가 된다고 테오는 의미도 모르는 말을 이해하려 애쓰며 그 시간이 끝나길 바랐다. 하나뿐인 여동생은 그런 테오를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종아리에 멍이 가득한 채로 여동생과 함께 쓰는 포근한 침대 속의 이불로 들어가자 자신을 닮은 조막만한 얼굴이 겁 먹은 표정으로 조심히 말을 꺼냈다. 오빠,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응, 괜찮아. 근데...그, 포크라는거. 엄마가 나한테도 내가 포크라고 말씀하셨어. 뭐? 순간 테오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포크고, 동생이 포크면... 어머니나 아버지도 포크라는 합리적 사고에 따른 결론이 도출되는 순간 테오는 혼란에 빠졌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종아리에 멍이 들어가면서까지 알게 된 사실에는 가혹한 또 다른 대가를 치뤄야만 했다. 

 

그녀는 포크였다. 포식자로 타고 난 무자비한 이름을 가졌다. 테오는 그 후로 더 이상 궁금해 하지도, 물으려 들지도 않았다. 그저 단 한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듯이 행동하기로 했다. 망할 본능이 뭐라고.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이성이라 하는 거, 합리적인 사고라고 하는 거, 그런 허울뿐인 것들은 지독한 칭호 아래에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깨닫게 된 세상이 밉기만 했다. 테오는 그 후로 조용해졌다. 차분한 성격은 그의 아버지가 살아생전 애정하던 업을 물려 받았고, 손에는 거친 나무를 손질하고, 못을 박고, 망치질을 하느라 굳은살이 돋았다. 여동생은 그 날 넋이 나간 것 마냥 자신을 쳐다보던 테오를 떠올리면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아야겠노라 다짐하곤 했다. 그렇게 둘만의 비밀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아주 달콤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장한 그 사람을 보기 전에는. 

 

서양인이라 하기에는 치켜 올라가 날카로운 눈매에 위화감이 들었다. 반쪽짜리 안경알에는 마치 처음 본 자신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눈빛이 내재되어 있었다. 테오는 본능적으로 이를 소리나게 부득, 갈며 그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흑발에 파란 수트...기필코 마피아 계열이었을 것이다. 검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던 테오는 다짜고짜 제정신이 아닌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단정한 파란 수트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아이스크림 하나 주십쇼. 아주 달콤한 것으로."

 

멱살을 잡힌 남자는 대체 테오의 의중을 알 도리가 없다듯이 날카롭게 시선을 테오의 뺨에 고정하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뚫어져라 보던 뺨을 쳤다. 

 

"정신 나갔나." 

 

길거리에 나동그라진 채 눈을 매섭게 부라리던 테오는 파란 수트의 남자가 자신을 경멸스러운 눈으로 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뇌리에는 마치 사람의 본능이라는 것은 무의식 아래로 가라앉은 것 마냥 확연한 짐승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다시 벌떡 일어나 늘어난 단정한 수트의 목 언저리 부분을 다시 잡아 끌고는 둔중한 어금니로 목덜미가 드러나지 않게 덮어둔 하얀 카라를 찢어버렸다. 그 순간 남자의 수족으로 보이는 건장한 깡패들이 와 테오를 흠씬 패기 시작했다. 적당히 제압이 된 듯 싶을 때, 파란 수트의 남자는 한쪽 손을 들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가자, 그가 말하자 여왕을 따르는 개미들마냥 깡패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아프네. 테오는 다시금 시작된 지독한 두통으로 겨우 피가 흐르는 무거운 눈꺼풀을 뜨고 그 파란 수트의 남자의 두시모습을 시야에 담는다. 절대 이해해서는 안 되는, 그녀가 아주 조금, 아주 미세한 부분에서 이해가 갔다. 저런게 케이크구나. 파란 수트의 남자는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여왕의 위치에 서서 감히 달려드는 천한 이름의 종족에게 매를 맞게 한다. 이건 엄연한 하극상이었다. 포식자의 위치에 군림해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는 그런 칭호들이 겨우 먹잇감에 불과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에 머리를 조아리는 꼴이었으니. 테오는 두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머지 않아 한 의문의 초대장이 도착했다. 당신을 장원으로 초대합니다. 인생이 시시한 당신에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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