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1. 02:47ㆍ리퀘
정녕 당신이 바다에 뛰어든대도, 내가 과연 당신을 따라 바다에 잠길거라 생각해?
씁쓸하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울지 말아요.
무모하게 먼저 뛰어든 건 당신인데, 내가 발목을 끌었다듯이 울면 어떡해.
울음의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슬픔에 잠겨서 운다면, 어떤 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승리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 나는 울고 싶을때 드높은 하늘에서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채도가 다른 푸른 빛이 어쩌면 가장 낮은 채도의 우울을 흡수하는 것만 같아서. 들뜨는 하늘에서의 기분을 바다에서 잔잔히 정제해 언젠가, 눈물을 억지로 멈출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캐한 화약 냄새 속에서 볼에 잔뜩 묻은 재를 털어내며 안도감에서 활짝 피는 감동을 눈물로만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다 큰 군인이 우는 건 좀 추하지 않겠어?
가끔은 한결같이 강한 상대 앞에서도 눈물을 참고도 싶은데, 그건 좀 어려운 것 같기도. 언제부터 충성과 결백의 대명사였던 군인이 감정을 숨기고, 거짓의 표정을 짓는 힘든 일을 추구하게 되었을까.
그건 아마도 당신을 만난 후였을거야.
난 아직도 땅에 쓰러져 있는 내 멱살을 잡아끌던 어떤 정의할 수 없는, 몽롱한 향기를 망각하지 못했으니까.
당신은 내 화약 냄새를 도무지 참아낼 수 없다고 했지. 난 그런 당신에게서 내 모습을 찾았어. 울고 싶을 때 울지도 못한 채 바다의 수심을 생각하며 끙끙 삭혀내던 그런 무모한 모습. 그래서 당신이라면... 인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당신은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단순한 군인의 동물적인 감각은 당신이 아직도 집에 가지 못한 채 떠도는 어린아이같다는 확신을 들게 해주었으니까. 당신의 눈동자를 보며 신참 시절에 눈물을 참아내던 연습이 떠오르는 건, 당신의 눈동자가 참으로 깊어서 저 멀리 심해같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왈칵 터질 것만 같던 어떤 그 감정을 참았어. 참고 또 참았는데도 안되더라. 그 감정은 뭐라고 정의합니까? 당신의 말로, 어떤 꽃잎을 잘라 넣고, 어떤 향료를 넣어야 그 감정이 만들어집니까? 잿더미 가득한 화약의 냄새와 가늠할 수 없는 수심의 바다 냄새, 그리고 어떤 두서 없는 동질감. 이대로 당신을 놓친다면 그간 참아온 눈물이 아까울거라는 생각을 했어.
한결같은 가면으로 꽁꽁 가려버린 감정을 들어내는 건 힘든 짓이긴 한데, 말했잖아. 당신이라면 난 인내할 수 있다고. 나의 향기가 혐오스럽다고 밀어내는 당신의 가녀린 손바닥도, 나의 신분이 어울리지 않는다 고하는 당신의 촉촉한 입술도. 그 두서 없는 동질감을 나이르가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는, 그 바다의 수심을 생각하겠습니다. 언젠가 그 강한 가면을 벗겨내 같이 바다의 수심을 재러 가자는 말을 할테니까.
우리의 바다에 함께 뛰어들어요.
이미 눈물이 흐르는 나를 외면하는 건 당신이... 나를 안쓰럽게 여기는 것의 증명이지. 이미 내가 거짓임을 알고 당신 또한 거짓임을 아는데 왜 바다에 가지 않으려고 해요. 시간이 우리를 갈라놓더라도, 결국 종착지는 그대가 있는 곳이자 내가 있는 곳일텐데.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합니다, 베라 나이르.
일순의 정적에 나이르는 제 앞의 투박스러운 손을 잡아당겨 모순적으로 진실의 미소를 띄고 있는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다. 그녀의 눈물점이 바닷물에 휩쓸려 지워지듯 투명하게 변한다.
집에 가고 싶어, 베함필. 바닥이 차갑더라도 상관 없어.
대신, 절대...내 손 놓지마. 지금까지의 거짓 항해는 끝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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