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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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碎不均匀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0.09.08 -
눅눅한 극야의 봄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020.09.07 -
사랑시를 읊는 포식자
보민아, 나 가끔 사랑이란게 정말 악마같다고 생각해. 죽지도 않고 매일 찾아와서 맨날 이렇게 고민하게 만들고 힘들게 만들고... 사랑같은 건 정말 안 하고 싶다가도, 또 걔만 보면 설레고, 잘 안되더라도 옆에 붙어있고 싶고. 세상에 이렇게까지 힘든 게 어딨냐. 난 공부도 못하지만 사랑보다는 공부가 쉽지. 특히 너한테는. 안 그렇냐? 윤산하가 내뱉는 사랑시의 순간들은 늘 가슴이 아린 구석이 있었다. 특히, 자꾸 나 혼자서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해줄때마다 그 애가 말하는 악마가 사랑이 아니라 윤산하같다는 생각을 했다. 윤산하는 사랑시를 읊을 때 유독 눈이 반짝거렸다. 맨 앞에 앉아 지리 선생이 뭐라 떠들던 꾸벅꾸벅 앉아서 조는 것과는 꽤 딴판이라 조금 의외였지만, 사랑은 하겠다. 이 말인가 싶기도 ..
2020.09.07 -
나는 네 허물을 먹고 자라
난 얼마 안 돼서 구석에 놓여 네 낡은 껍데기만 먹으면서 살겠지만 실은, 나는 내 가치를 묻는 질문조차 내게 사치라 느껴지는데. 어때, 애정은 바보처럼 퍼주는 게 현명하다고 그랬는데 맞는 말 같아? 너 똑똑하잖아. 사랑놀음을 논하지는 않을게. 주제넘지 않게 네 뒤에서 네 목소리를 귓가에 똑똑히 새기고 네 옆에서 수학 문제를 풀이하는 네 손놀림을 확실히 익힐 테니까, 옆에 있게만 해주라. 은장 백사의 충실한 피식자 금성제가 될 테니까, 그냥... 응. 왜 말에 대답을 안 하냐. 난 지금 가차 없이 날 이용해도 상관 없다는 말을 하는데. 그때의 현장에서 옥상이라는 허물을 먹어치운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당사자는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너에게 연합을 타파할 정보를 줄 테니 자신에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그..
2020.08.30 -
뱀의 허물을 먹어치우는 일이란
내 얼굴 똑바로 봐, 연시은. 너 지금 떨고 있잖아? 백사는 허물을 남기지 않아. 그저 먹어치워서 흔적을 숨길 뿐, 그런데 네 꼬라지는 왜 그렇냐? 문득 안수호가 생각나는 옥상의 밤이었다. 죽도록 안경잡이를 패고 나서 부들대는 손에 뼈가 으스러지도록, 손톱 자국이 깊게 패일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그 뒤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요약하자면, 박후민이 피떡이 되어 실신한 나를 안고 병원까지 뛰었고 난 아마 몇 일간을 강제적인 수면에 시달렸을 거고. 고개를 들어 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꽤나 볼만한 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 혼자서 꿈을 꾸고 있나봐, 가끔은 안수호의 테이프를 잔뜩 어깨에 매달곤 저 노을의 수평선을 따라 집에 가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유독 심하다. 이따금 ..
2020.08.29 -
차가운 심장은 흐르는 피조차 따뜻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멍청하게도 뇌가 아닌 심장이 인간의 사고를 담당하는 기관이라 했었지. 차가운 심장이 인간의 행동 혹은 사고를 지배한다면, 결국 그 사람은 차가운 사람이 되는걸까? 결국 그 심장에 흐르는 피 또한 인간의 체온을 지닐텐데. 가끔은 그 여자가 생각날 때가 있었다. 바깥이 내 손의 온도만큼 차갑게 내려앉아 온통 그녀의 머리칼을 닮은 흰 눈발이 날아다니던 그런 겨울에 그 여자가 생각날 때가 있었다. 기억나는 건 도통 조각조각 찢어져 있어 딱히 회상할 만한 그런 껀덕지는 없었으나 적당히 기억이 날 만도 한데, 잘 나지도 않으니 성가시게 하는 사고의 귀퉁이라는 말을 붙여본다. 다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그녀의 한 마디는 뭐랄까, 약간 충격적이라 할 수가 있었다. 술 같은 건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 같은 ..
2020.08.23